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DREAMING/ACE OF DIAMOND2021. 3. 17. 10:03

BGM

Sou-하레하레야


   그 일은 몹시 기이했다 그 일을 이루는 모든 게 그랬다 예를 들어 그 아이를 처음 만났던 시간, 장소, 그 날의 날씨, 온도, 일출, 일몰, 구름의 모양, 강우량, 그래 그날은 비가 왔다 오다못해 쏟아졌다 온 산의 짐승은 동굴로 피난하고 거리의 사람들은 검은 우산 속으로 숨었다 갈 곳이 없는 들고양이는 쓰레기통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곤충들은 날개가 젖어 바닥에 쓰러지고 차들은 고인 물을 서로에게 끼얹으며 달렸다

   그런 날 왜 거기 갔는지 유우키에겐 남은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 갔다기보다는 오히려 길을 잃어 도착했다고 하는 게 맞았다 어쩌면 그 아이가… 하지만 그건 이젠 확인할 길이 없었다 두 사람은 몹시도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름은 아메나시 유이치 한자란 아직 어린 아이에겐 어려운 것이었으니 그 아이는 자기 이름 쓰는 법도 몰랐다 그러니 그저 유이라고 부르라고 그렇게만 말했다

   아이는 그때 몇 살이었을까, 그 아이가 영영 죽지 않을 저주스러운 요물이라는 걸 안 건 그로부터 한참 늦게였다 어째서 눈치챌 수 없었을까… 하면, 그 아이는 아마 그때는 정말로 어렸던 것 같다 예를 들어 7살이라든지, 17살이라든지, 27살이라든지, 37살, 370살, 3700살, 이라든지 하는 것이다

   그래 문자 그대로 요괴. 그 아이는 안개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좀처럼 이방인이 오지 않는 곳에 친구가 오니 반가웠던 거겠지, 아이는 오래도록 혼자였고 그 산에 있는 들짐승도 아이를 멀리했다 산 속의 요괴가 자연친화적이란 것은 누가 정한 것인가? 그 아이는 그 산에서 외톨이였다 작은 짐승도 작은 들풀도 잔디도 조그만 벌레들도 전부 아이를 멀리했다 누가 그 이름을 사랑하겠는가 아이는 닿는 모든 생명을 죽음으로 이끄는 괴물이니

 

   그래도 유우키만큼은 아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 유우키에게 아이는 그냥 어쩌다 도착한 산에서 어쩌다 만난 또래 친구에 불과했다 그래 친구.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어 유우키는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고 아이와 함께 놀았다 하지만 유우키에겐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동시에 돌아가야했다 해질녘에 유우키는 일어섰고 산 아래로 가는 길을 물었더랬다 아이는 유우키를 속일 좋은 꾀를 생각했지만 잊었다 친구를 속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이가 알려준 길은 진실된 돌아가는 길 유우키는 집에 도착했고 산에선 반나절이 넘도록 헤맸는데 집에 가는 길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몹시 신기했다 그는 그때는 그냥 아이가 그 산을 정말 잘 아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산에 두른 죽음의 안개가 걷힌 탓이라고는 좁쌀만큼도 생각되지 않았다 그 아이는 몹시도 기묘해서 집에 왔는데도 유우키는 멍하니 그 아이 생각에 빠졌다 사전에 있는 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다 그럼? 감정을 단어 하나로 표현하는 것은 몹시도 어려웠다 온전한 흑도 백도 아닌 것을 어찌 하겠는가 동경 두려움 끌림 신비 그리움 슬픔 기쁨 호기심 경멸 그리고 사랑. 모든 게 다 섞이면 그런 감정이 될 수 있을까 아이와 만난 것은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도 그 아이는 몹시 지독하게 유우키를 뒤흔들었다 확실한 욕망이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 산에 가서 안개를 마시고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무얼하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옆에 있고 싶어" 그냥 그것 뿐

 

   유우키를 말릴 길은 없는 듯 했다 그때쯤 그는 7살이었다 학교가 그를 놓아주자마자 유우키는 산으로 달려갔다 그때쯤 야구같은 걸 했던 것 같기도 했지만 그날은 어찌나 산으로 갈 수 있는 저녁이 그리웠는지 야구부에 가자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면 만나서 야구공을 서로 주고받자 하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그건 유우키에겐 최고의 놀이였으니까 또 같이 TV로 프로야구를 보자든지 만화책을 빌어다 읽자든지 했었다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면 자길 두고 떠날 것 같았고 그건 유우키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유우키는 달려서 산으로 갔다

 

   산 입구엔 기다렸다는 듯 뿌연 안개가 가득했다 그때쯤 그는 17살이었다 학교가 그를 놓아주자마자 유우키는 산으로 달려갔다 그때까지도 그는 야구를 했지만 야구부에 들어간다면 산으로 갈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야구부에 들어가진 않았다 아, 그러고보면 함께 야구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그쯤에야 그는 아이가 그 산을 떠날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으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아이는 지루함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았고 이젠 도리어 해가 지면 떠나는 유우키를 붙잡았으니 딱히 할 게 없어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제는 점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해가 지고도 유우키는 잠시 떠나지 않고 산에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늦은 밤이 되면 유우키는 반드시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것이 아이는 싫은 듯 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내색하지 않았다

 

   여전히 산에는 안개가 끼었다 그때쯤 그는 27살이었다 이제는 선생이 된 그를 학교가 놓아주자마자 유우키는 산으로 달려갔다 그때쯤엔 야구를 가르치는 입장이었다 야구만 가르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제법 훌륭한 체육 교사였다 교사란 직업은 꽤 괜찮았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 산으로 갈 수 있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면 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제법 밖의 이야기를 흥미로워했고 어젯밤 고양이를 봤다는 말조차 아이에겐 흥밋거리였다 고양이가 없는건가? 산에 고양이가 없을 리 없다는 걸 알았지만 유우키는 묻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아이에겐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되었다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이는 제법 많은 것을 숨기는 것 같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그는 알 길이 없었다 이젠 늦은 밤이 되어도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어 그는 종종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산에서 아이와 함께했다 그것이 아이는 기뻐서 웃는 일이 늘어났다

 

   처음 만났던 날처럼 비가 쏟아졌다 그때쯤 그는 37살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게 된 유우키는 산으로 걸어갔다 그때쯤엔 야구팀을 이끄는 입장이었다 그러고보면 그는 아이를 경사스러운 일에 초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이는 무엇이든 좋아했으니 그런 성대한 기념식을 보는 것도 아이에겐 제법 흥미있을 터였다 그는 비가 쏟아져도 늦지 않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면 아이가 며칠 전 손가락의 반지에 대해서 물었던 것 같기도 했다 왼손 약지에 끼는 반지의 상징을 아이가 이해할까 싶긴 했지만 유우키는 싫은 내색 없이 알려주었다 아이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안개처럼 흐리게 보여 생각나질 않았다 어쨌든 그날은 처음 만났던 날처럼 몹시도 이상했다

 

   왜냐면

   어디에도 아이가 없었고

   안개만이 산을 자욱하게

   그리고 그는 또 다시 

 

   길

      잃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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