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편지
DREAMING/ACE OF DIAMOND2021. 3. 17. 07:29유이,
이걸 읽을 때면 이미 내가 네 곁에 없겠지. 홀로 둬서 미안해. 하지만 남은 모래를 쏟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아줘. 어차피 너에게도 남은 모래가 거의 없다는 걸 난 알아. 그런 슬픈 사실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은, 내가 너보다 조금만 더 오래 살길 바랐어.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네게 그런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어쨌든, 네가 내게 여지껏 숨겨둔 비밀이 있다는 걸 알아.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너, 내 유리병에 네 모래를 섞었지? 언젠가부터 색이 조금씩 탁해졌어. 그리고 녹아서 없었어야 할 모래가 조금 더 생겼다는 것도 알았고. 왜 그랬던거야, 네 모래를 빼앗으면서까지 더 살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네 덕분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네 곁에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있었다. 고마워, 유이. 하지만 우리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그러지 말아줘. 좀 더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그 모래를 써 줘. 내가 설령 너보다 먼저 죽게 되더라도 언제든 널 기다릴테니까.
네 덕분에 우린 거의 비슷한 양의 삶을 살았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너도 곧 죽음을 맞이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부디 나에 대한 것으로 슬퍼하기보다는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것을 하며 삶을 정리해줘. 나의 잔재는 미리 정리한 후니까 나에 대한 건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으면 해. 네게 남은 소중한 시간은 웃으면서 보내줬으면 하거든. 우린 곧 다시 만날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아줘.
저승사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온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아. 이 편지를 적기 시작한 순간 그게 생각났어. 그렇다면 지금, 날 데리러 네가 오는걸까? 네가 온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 외롭지도 않겠지. 숨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야.
지금 드는 생각은 그것 뿐이야. 네게 마중을 나가는 것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저승으로 가는 길은, 내가 먼저 봐둘 테니까. 괜찮다면 내가 널 데리러 가게 해 줘, 유이. 그리고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
사랑해.
유우키 테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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