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말
BELOVED/METROPOLIS2021. 1. 22. 21:35그는 다급히 몸을 일으켜 당신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힘 없는 그의 손으로 연주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고, 힘이 있었다 한들… 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영리한 당신은 아마 루루…와 리리가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생각했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제법 다급한 목소리로 하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당신은… 끝까지 제 욕심을 취했다.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들, 자신의 의지가 없는 사람일수록 쉽게 타인을 믿는다고 하지 않던가. 하쿠노 코하쿠는, 훌륭한 그 표본이었다. 그는 화려한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당신의 팔에서 손을 내렸고, …이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그에게는 '귀를 막는다'는 최후의 발악 조차도 없는 모양이었다. 당신은 아까 했던 질문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 다시 했다.
"코하쿠. 뱀이 네 목소리를 들을까 두려운 건가?"
그는 잠시 멍하니 생각했다. 넋이 나가서인지, 눈을 피하지도 않아 아까 처음 봤던… 나뭇잎 색을 담은 녹색 눈동자가 잘 보였다. 약간의 선율 뒤, 그는 입을 열었다. 영 더듬거리고,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뱀과 소통하는 데 말은 필요하지 않아. 마, 말은… 사람의 언어니까. …나, 나는 루루를 6살 때 처음 만났고, …그 후로 루루에게… 뱀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루루는 매순간,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약간 그 말을 강조했다.
"항상 내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줬어. 리, 리리도 마찬가지였고… 라라도, 로로도. 모두 똑같았지. 하, 하지만……. 난 항상 대답하지 못했어."
당신은 연주를 계속하며, 묻는다.
"왜지?"
그는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내 선택이… 내 선택이, 잘못된다면……. 루루와 리리, 그리고 내가 데리고 있는 모든 뱀들이… 상처 입을테니까."
난 혼자서는 절대 설 수 없어. 심장이 터질 듯 불안하고, 식은땀이 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위협으로 보여. 난 여기 꼭 와야했어. …이 아이들 없이는, 집을 떠나지도 못했을거야. 머리도 혼자 묶지 못하고, 밥도 스스로 해먹을 수 없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이 아이들이야. 그는 말을 이으며, 어지러운 듯 약간 비틀거렸다. 술에 취한 것처럼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는 연주하는 당신의 팔을 약하게 붙잡고, 말을 길게 이었다.
"…리리는 사람을 물어. 나 때문에. 내가 약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리리는 사람을 무는거야. …그리고, 그때문에 매일 상처를 입어. 내가 아니었으면, 내가 없었으면… 루루도, 리리도 평범한 뱀으로 살았을거야.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전부 나 때문에, …괴로운 일을 하며 살아야해. 사람이 죽으면, 의사가 죄책감을 느끼듯. 루루도 죄책감을 느껴. 자신이 살리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을 죽이면 죄악감을 느끼듯, 리리도 죄악감을 느낀다고. …내가, 내가 그렇게 만들어서."
내가 쓸모없는 능력을 부여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선택하지 않기로 했어. 내가 이 아이들을 속박했으니, 그 아래에서만이라도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만족했을까? 당신은 뭔가 더 말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말을 잇기도 전에 한마디 더, 툭 꺼내놓았다. 아주 날 것의 본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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