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챌린지 2

BELOVED/METROPOLIS2021. 1. 22. 21:16

    그는 천천히 암흑 속을 걸어갔다. 생명이 하나도 살지 않는, 짙은 어둠이 내린 터널 속에서 그는 혼자 살아숨쉬는 생명이었다. 빛 하나 없는 긴 길이었기에 그 남자는 그 속에서 홀로 빛나는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들은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돌아오는 연어처럼, 제 궤도를 벗어나 지면으로 내려와 그의 손 끝에 맺혔다. 그것은 태초의 결의고, 최후의 약속이었다. 그에게 있어 삶에 무겁게 내리운 사명과도 같은 그것은 결말을 향해 빠르게 치닫고 있었다. 그는 걷는다. 걷는 길에 높은 구두굽 소리가 났다. 마지막이 다가옴에 느껴지는 환희에 가득 찬 그의 발걸음은 때론 빨라졌다가, 알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먹먹함에 느려졌다. 그 앞은 온통 새까만 검정이었기에 조금도 보이지 않았지만, 제 손 끝에 타오를 듯 맺힌 별의 군집이 잠들 자리는 정해져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이 앞길에 그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그는 두렵지 않았다. 이 순간은 그가 일평생을 바쳐 그려온 순간이었으니까. 손 끝에 맺힌 유성은 마치 태양처럼, 그의 전신을 태울 듯이 번쩍이고 있었다. 별의 자장가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그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물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는 일 없이 그저 허공에 벽을 타고 떠돌아 다니는 메아리만이 그에게 돌아왔다. 그야 없겠죠.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곧 별이 가득 내리면, 당신을 잠재울 눈부신 자장가가… …마치 사라지지 않는 음습한 저주처럼, 당신에게 내릴테니. 그 저주는 마치 축복처럼, 아니, 영원한 죽음처럼. 깨지 않을 악몽처럼. 당신은 끝없는 지옥을 헤매겠지. 그 끝을 함께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네요. 그것은 마치, 하나의 꺼지지 않을 불타는 화살처럼, 날아오르는 잊혀지지 않는 설화의 불사의 새처럼, 우주에 떠다니는 타오르는 유성우처럼. 그는 손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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