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챌린지 1
BELOVED/METROPOLIS2021. 1. 22. 21:16
방 안의 공기는 잿빛이었다. 칠흑같은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좁은 방 안에, 있는 것은 둥근 원목 테이블,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얼음같은 검은 권총. 그 옆에 굴러다니는 것은 단 한 발의 총알이었다. 그곳에 살아숨쉬는 것은 없었다. 죽음이 내린 방 안에서 숨을 멈춘 채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는 이들이 단 둘, 그들은 서로 시선을 맞바꾼다. 거만하고, 오만하며, 방자하고 교활한 두 눈이 서로를 타게 노려본다. 그곳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앞도, 뒤도 없었다. 그저 그들은 돌아가는 방 안에서 상대방을 마주보고 있었을 뿐. 한쪽은 살아있는 듯한 침묵을, 한쪽은 죽어있는 듯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총알이 제 집으로 돌아간다. 단 한 발의 총알을 실은 실린더는 빠르게 팽 돌고, 솜씨 좋게 손 안에서 총을 굴리던 남자는 총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달빛이 좁은 창 안으로 조금씩 들어온다. 하얗게 빛나는 한줄기 빛은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보기좋게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이 우스운 놀이에 이유는 무엇도 없었다. 그저 약간의 유희와도 같은 것. 누구를 위한? 그것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서로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지독하게 날이 선 심장에 총을 집을뿐. 그저, 우리는 우리 속에 언젠가부터 깊게 뿌리박은 유치한 감정에 칼날을 들이대고 싶은거야. 우리는 지독한 회의주의, 그리고 이기주의자. 서로의 감정에 음습하게 스며드는 침울하고 음침하고 우울하고 음습한 이 불신에 대한 증명(證明)을 서로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 뿐. 말로는 부족한 사랑의 질척한 증명을 위해 숨을 던지는 것 뿐이야. 출제자는 총알을 채운 권총을 손에 들고 상대방을 겨눈다. 넌 이미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내게 맡기게 될 거야. 달콤한 너의…
…러시안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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