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어도

BELOVED/FF142023. 9. 9. 14:31

BGM 

rainstrom sound

 

   그 장마의 어느 날에 라자한이 발칵 뒤집혔었다.

 

   진안문에서 경계를 서는 별빛전사단 병사 하나가 다급히 알키미야 제약당으로 들이닥쳤다. 접수를 보던 아르카소다라족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병사의 뒤로 키가 큰 엘레젠이 사람 하나를 업은 채 들어오고 있었는데, 걸음을 뗄 때마다 아직 다 마르지 못한 피가 줄줄 쏟아졌고 갈라진 목소리가 치유사가 필요하다며 절박하게 외쳤다. 등 뒤에 업힌 사람은 죽은 것처럼 축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제약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함께 달려 온 병사는 곧바로 별빛전사단 본부로 달려갔다. 엘레젠 남성은 급히 마련된 치료대 위에 업고 온 사람을 내려놨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를 알아보았다. 비에 젖은 밀색 머리카락, 피로 얼룩진 하얀색 케이프, 바닥에 떨어진 양날도끼, 미코테족의 꼬리와 귀. 그는 라자한의 영웅, 시오르 티아였다.

 

   영웅이 중상이라는 소식에 라자한이 들썩였다. 아니, 온 세상이 들썩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라자한에 손님이 가장 많이 온 날이었다. 데미르의 유열향에 있던 약사들부터 시작해서 올드 샬레이안의 현자들, 그가 (일단은) 소속을 두고 있는 불멸대 전령, 림사 로민사의 뷔른쵠 길드 마스터, 올드 샬레이안에 머물던 레포릿들까지도 찾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소식이 퍼졌는지 서신도 한가득 도착했다. 이슈가르드에서 온 아이메리크의 서신과 이딜샤이어의 고아원에서 온 편지, 멀리 동방에서 온 두루마리와 이 모든 편지들을 가지고 온 배달부 모그리가 그린 조그만 낙서까지. 영웅의 링크펄은 듣는 이 없는 말들이 한가득 울려댔다.

 

   "뭐? 그 녀석이 중상이라고?!"

   "믿기지가 않는군요. 그가 쓰러지는 게 가능한 사람이었다니. 곧 가겠습니다."

   "뭐라고? 당신, 괜찮은거야? 지금 갈테니까 기다려!"

   "정말로 못 말리는군요. 라자한이라고 했죠?"

   "지, 지금 갈게! 나는 환술을 쓸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괜찮을거야."

 

   그라하 티아의 말 끝에 우당탕 거리는 소리로 통신은 끝났다. 곁에 있는 에스티니앙이 링크펄을 꺼버렸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었고 저마다 하고 싶은 얘기로 어수선했기 때문에 듣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제약당의 아르카소다라의 지식을 빌려 응급처치는 끝낸 후였고 늘 그랬듯 시오르 티아에겐 강인한 전사의 생명력이 있었다. 상처는 끊임없이 아물고 있었고 심했던 출혈도 지금은 멈췄다. 열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고 여기저기 골절되고 부러진 부분들을 치료해야겠지만 당장 죽을 상태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브리트라였다. 그는 바르샨의 모습으로 제약당으로 뛰쳐 들어와 영웅을 찾았다. 곁에 삐딱하게 서 있는 에스티니앙에게 자초지총을 물었지만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알려서 무엇을 하랴. 그는 어딘가 언짢은 표정을 하고 알 것 없다며 차갑게 대했다. 그 역시 갑주가 여기저기 부서지고 도저히 성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상태였지만 별일 없는 것처럼 잘 돌봐주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그 뒤로 환술봉을 들고 있는 그라하 티아가 곧장 들이닥치는 바람에 바르샨은 떠나는 에스티니앙을 잡지 못하고 말았다.

   라자한에 겨우 도착했을 땐 송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는 많은 치유사들의 노력과 그 자신의 회복력 덕분에 금방 상태가 호전되었다.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는 메가두타 궁전으로 옮겨졌고 그 주변엔 아직 주인이 읽지 못한 편지와 문병안 선물들이 가득했다. 떡이며 과일, 비스마르크 식당의 음식, 술 몇 병과 갖은 약, 모그리들이 딴 꽃가지들과 어린 아이들이 보낸 조그만 사탕⋯. 더 둘 곳이 없어 바닥에 내려 둘 정도로 많은 선물이 그에게 도착했다.

 

   "정말이지⋯ 우리 영웅님은 사랑받는 것도 일이군요."

   "위리앙제, 이건 분명 떡이라는 음식이죠?"

   "그렇습니다만⋯ 주인이 있는 음식이니 먹진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위리앙제의 품에 안겨 있던 레포릿은 실망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는 지금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하는 상태이니 간병은 우리 라자한에 맡기고 다들 돌아가주었으면 한다만⋯. 그가 기운을 차리면 제일 먼저 연락하겠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군요."

   "나 하나 정돈 남아도 되잖아, 어떻게 그냥 가라는거야?"

   "연락이 오면 다시 보러 오면 되잖아, 알리제.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운 것도 회복에 좋지 않아."

 

   알피노는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알리제를 무리해서 설득했다. 정작 그러는 본인도 떠나는 발길이 죽죽 늘어졌지만. 한바탕 태풍처럼 손님이 몰아치고 나자 삽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바르샨은 궁전 앞까지 사람들을 배웅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딱 한 사람이 더 남아 있었다.

 

   "나한텐 돌아가라고 하지 마. 옆에 있을 거니까."

   "알겠다. 그대도 치유사니 오히려 남아있는 게 낫겠지. 그를 부탁한다."

   "말 안해도 알 거든?"

 

   마음이 안 좋아서인지 대꾸하는 말이 새초롬했다. 바르샨은 에린 진잘의 무례하고 격식없는 말투를 구태여 문제 삼지 않았다. 차갑게 대꾸하는 목소리가 눅눅했으니까. 그와는 초면이었지만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다. 올드 샬레이안의 어린 현자⋯ 라고. 무릎 위엔 치유서가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 가볍게 얹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바르샨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차피 필요한 처치는 다 했고 이젠 회복하고 눈 뜨길 기다리는 것 밖엔 없었으니까.

 


 

   에스티니앙이 돌아온 것은 새벽 세 시쯤이었다. 그는 주인도 아니면서 메가두타 궁전 안으로 당당히 들어왔다. 상처는 대부분 치료한 모양이었지만 여즉 쏟아지는 비를 그냥 맞고 왔는지 젖은 옷에서 물이 뚝 뚝 떨어졌다. 대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것 치곤 안쪽에 있는 문을 조용히, 그리고 또 천천히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여전히 에린 진잘이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밤잠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었지만. 에스티니앙은 혀를 한 번 차곤 에린 진잘을 깨웠다.

 

   "졸 거면 다른 방에 가서 쉬지 그래. 브리트라가 그 정돈 해줄텐데."

 

   에린 진잘은 저를 깨우는 목소리에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에스티니앙을 마주하자마자 표정이 팍 구겨졌다. 원래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 마주하니 기분이 썩 별로였다.

 

   "너⋯ 뭐야. 왜 이제 와? 오르랑 같이 있었다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데?"

   "알아서 뭐하게. 내가 남아 있을테니까 가라."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고 물어보잖아!"

 

   어차피 치료는 다 끝났고 고비를 넘겼으니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몰랐다. 에린 진잘은 치료사였지만 치료를 위한 뒷배경이 아니라면 환자의 개인적인 사연 따위엔 관심 없었다. 밤잠을 설치면서 옆에서 병간호를 할 만큼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한 적도 없었다. 그렇게 날을 세우고 구태여 불편한 사이에 소리친 것도 역시 시오르 티아가 에린 진잘에게 있어 단 하나의 예외이기 때문이겠지. 에스티니앙 역시 적당히 눌러 참고 있던 성질이 터져나왔다. 그는 인상을 팍 구긴 채 쏘아붙였다.

 

   "그 녀석이 멋대로 날 감싸서 그렇게 된 거다."

   "뭐?"

   "이제 성이 풀렸나? 네가 옆에서 그러고 졸고 있으면 일어났을 때 그 녀석이⋯"

   "오르가 다친 게 너 때문이라고?"

 

   굵은 눈썹이 기어코 불쾌한 듯 꿈틀거렸다. 스스로도 알고는 있었지만 타인의 입으로 들으니 역시나 마음이 아팠다. 높이 뛰느라 등 뒤의 그림자를 미처 놓친 것이 실수였다. 에스티니앙은 높게 뛰어 올랐고, 창을 내리 꽂는 순간에 뒤에서 기습해 온 커다란 짐승의 발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다급하게 뛰어든 것이 시오르 티아였다. 커다란 발에 차여 묵직한 충격을 받곤 기다란 발톱으로 피부를 찢겼다. 설상 가상으로 에스티니앙과 부딪혔을 때 여기저기 뾰족하게 솟은 갑주에 등을 찔리고 나가 떨어질 때 짓밟힌 다리가 부러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할텐데, 그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직후 일어나 도끼로 땅을 찍어 튀어오른 대지로 적을 갈랐다.

 

   "앞을 봐, 에스티니앙!"

 

   그 말에 에스티니앙은 뒤돌아 볼 수가 없었다. 멀리서 들려 온 것은 맹수의 표효였을까, 고통에 찬 신음이었을까. 전부 다 해치우고 돌아갔을 땐 적도, 아군도 전부 쓰러져 있었다. 반쪽으로 갈라진 짐승의 시체 앞에 그의 도끼가 빛을 잃지 않은 채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아우라가 여전히 그의 곁을 감싸 돌고 있었다. 원초의 기운. 모르긴 몰랐어도 그것이 그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에스티니앙은 곧바로 영웅을 들쳐 업곤 가장 가까운 라자한으로 달려갔다. 링크펄로 곧바로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비상사태니까 당장 치료사를 보내달라고. 말문을 떼려는 에스티니앙을 멈추게 한 것은 업힌 시오르 티아였다. 그는 다 꺼져가는 숨 사이로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괜찮으니까, 그냥 라자, 한으로⋯ 제약당에 치유사가 있으니까, 혈맹에는 연락⋯."

 

   그리고 그 손을 떨어트렸다.

 

   그에게는 이미 빚이 있었다. 전쟁과 복수의 굴레를 끊고 에스티니앙의 목숨을 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목숨만 빚졌을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게 해 준 것도, 그리하여 고독에서 벗어나 많은 벗이 생긴 것도, 세계를 여행하며 그의 곁에서 추억이라고 부를만한 좋고 나쁜 기억을 쌓은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탓이었다. 언젠가 한 번 정도는 에스티니앙이 그를 구하기도 했었지만⋯ 그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질렸다. 에스티니앙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그를 살려낸 것도 각지의 치유사들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모두가 찾아오는 게 껄끄럽고 불편했다. 그들이 오면 제 입으로 그를 다치게 했다고 인정해야 했으니까. 어줍잖은 위로나 동정을 받는 게 싫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에린 진잘이었다. 에린 진잘이라면 에스티니앙을 책망할 것이다. 지켜주지 못한 걸 넘어 그를 다치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면, 분명 넌 날 원망하겠지. 에린 진잘이 남아있을 것이 뻔해서 라자한을 곧바로 떠나 그동안 시오르 티아가 했어야 할 일들을 대신 처리하고 다녔다. 시간이 늦으면 자러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예상대로 에린 진잘은 앙칼진 눈을 부릅 뜨고 저보다 훨씬 큰 에스티니앙을 노려봤다.

 

   "⋯나라고 일부러가 아니라고. 치료 받았으니 이제 괜찮은 것 아닌가?"

   "아무리 좋은 치유사가 고쳐도 상처는 영원히 남을 거고, 그 순간엔 고통스러운 게 당연하잖아! 당신이 무모하게 뛰어 오르니까 오르가⋯!"

   "에린,"

 

   에린 진잘은 뒤에서 들려 온 말소리에 말을 멈췄다.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에린 진잘을 부른 시오르 티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좀처럼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기 때문에 맨몸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퍽 낯설었다.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몸을 겨우 일으킨 시오르 티아는 제 팔로 입을 막곤 마른 기침을 뱉었다. 스스로도 열이 심한 게 느껴졌다. 눈앞이 아직 빙글빙글 돌고 머리가 울렸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싸움을 말렸다. 그는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음에도 곁에 있는 게 두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괜찮으니까 그만 해. 에스티니앙⋯ 치료는 받은 거야? 지금이 몇 시지?"

   "괜찮긴 뭐가 괜찮아? 지금 일어나면 안 돼."

   "지금은 새벽 세 시다."

   "그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어."

 

   바깥은 별 일이 없냐는 말에 에린 진잘은 인상을 구겼다. 사경을 헤매다 돌아온 사람이 일어나서 가장 먼저 찾는 게 바깥 안부라니. 저도 모르게 스커트 자락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 바보야? 이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편지랑 선물들 보면 모르겠어? 네가 다치면 슬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렇게 다쳐서 돌아와 놓고 세상 걱정이나 하는 거야?"

 

   그제서야 시오르 티아는 침대 옆을 살폈다. 눈앞이 흐릿하고 어지러워서 똑바로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다채로운 색깔의 물건들이 많이 쌓여 있음은 알았다.

 

   "네가 하루쯤 없어도 세상은 돌아 간다고. 하지만 네가 영영 없으면⋯!"

 

   내 세상은 멈춰버린단 말이야. 그 말까진 하지 않았다.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곤란한 얼굴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에린 진잘은 시오르 티아가 앞을 잘 못 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아마 제대로 모를테지. 그러니 목소리만 숨기면 울고 있다는 걸 숨길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을 뚝 멈췄다. 그에게서 무언가 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에린 진잘은 그가 짊어진 무거운 이름을 알았다. 그에게 세계라는 이름이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에린 진잘은 잘 알았다. 저 자신과 비교하려고 들지도 않았을 정도로.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텐데 서 있는 것도 불편해서 에린 진잘은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지만 훌쩍거리진 않았다. 모쪼록 울었다는 건 몰랐으면 했다. 그럼 넌 또 미안해 할 거고, 그게 또 하나의 무게로 떨어질테니까.

 

   에스티니앙은 에린 진잘이 궁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남겨진 것은 둘 뿐이었고, 에린 진잘이 남기고 간 빈 의자는 그의 차지가 되었다.

 

   "몸은 괜찮나?"

   "괜찮아."

   "거짓말."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괜찮았다. 남들이 보기엔 도저히 괜찮을 수 없는 상태였을 뿐.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태를 참아내는 건 그에겐 일도 아니었다. 원래 같았다면 당장 일어나서 맡은 임무들을 하러 다녔겠지만 시오르 티아는 드물게 몸을 다시 젖혀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침 6시에 올드 샬레이안의 마물 수배지들을 뜯어 가야 해. 레포릿들을 돕기로 한 약속이 있으니까 베스트웨이 피난처에 12시까지 가 줘. 저녁엔 아르케이온 보관원에 들러서 조달꾼들에게 납품을 해야 돼. 납품할 물건은 올드 샬레이안에 있는 내 휴게실에 있어. 오지카 츤지카에게 말하면 방이 어딘지 알려줄 거야."

   "아주 그냥 하루종일 부려먹는군. 알았다."

   "부탁할게, 친구."

   "일은 됐으니까 나중에 저 여자랑 화해나 해."

   "⋯그래."

 

   시오르 티아가 다시 잠들자 에스티니앙은 조용히 불을 끄고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은 여전히 장마였고, 그는 문득 우산도 없이 보낸 에린 진잘이 떠올랐지만 이미 라자한 안에는 없었다. 어쩔 수 없겠지. 에스티니앙은 더 지체하지 않고 올드 샬레이안으로 떠났다. 그가 부탁한 일들을 전부 처리하려면 일찍이 준비가 필요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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