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챌린지 9
BELOVED/東洋組2021. 1. 21. 19:08솔직히, 그 날은 기분이 엉망이었다. 기분만 엉망이었을까? 상태도 영 엉망이었다고. 늦게 일어난데다가,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것도 신경 못 쓰고 나왔으니까. 오늘만큼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신이란 참 야속하게도 꼭 이런 날만 마주쳤다. 좀 괜찮다 싶은 날엔 보이지도 않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딱 마주치는거야……! 급하게 오느라 따로 인쇄소도 들리지 못했다. 급한대로 과실에서 하려고 했는데, 문 열자마자 마주쳐버려서 어색하게 되어버렸다. 딱히, 그래… 뭐. 우리, 딱히 친하지도 않으니까. 내 이름도 모르겠지… 억지로 술자리에 나간 적도 있었지만, 난 술이 약해서 앉자마자 졸기 시작했으니까. 그 날 기억은 아무것도 안 난다. 억지로 갔어도, 너와는 정반대 끝에 앉아있었으니 마주치지도 못했지만. 바로 앞이나 옆에 앉아 있다고 해도 말재주도 별로 없고, 할 얘기도 없으니 말이라도 걸을 수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없길 간절히 바라면서 문을 벌컥 열었지만 바로 앞에 있던 탓에… 눈이 바로 마주쳐 버렸다. 인쇄도 실수해서 네 슬라이드씩 해야할 걸 여덟 개 씩 뽑아버렸고. …잘못 뽑아서 남았다며 그에게 받은 것은 기꺼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난 네 앞에서까지 실수하고 싶지 않다고. 결국 도망치듯 받아들고 강의실로 뛰어들어갔다.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재수없는 사람으로 찍혔겠지. 강의도 결국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엎드려 자버렸다.
알아, 안다고. 사랑에 빠진들 사람이 갑자기 변하겠어? 그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학교도 성실히 다니려고 하고, 과 사람들과도 만나려고 한다고. 그래도 바라는 너는 항상 안 보이다 오늘같이 알람이 안 울려서, 아무거나 막 입고 지각하는 날에 불쑥 나타나서 헤엄치듯 사라지잖아. 그러면서,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과 함께 웃으면서 있고. 그래, 싫지만 인정하면 되잖아. …네게만은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