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챌린지 7
BELOVED/東洋組2021. 1. 21. 19:05그날은 외출해야하는 날이었다. 살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외출 조차 귀찮고 남에게 떠맡기기만 하는 코하쿠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하율은 전 주 부터 자질구레한 일에 승부를 붙여 그가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뭐, 항상 그렇지만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는 사람이었으니까. 질 수 밖에 없는 내기에 지거든, 좋든 싫든 외출을 할 터였다. 햇빛 좀 맞게 하는 게 이리도 어렵다니… 그는 탄식하면서도 이끌어 낸 쾌거에 미소지으며 휴일의 평화로운 늦잠을 만끽하는 코하쿠의 이불을 붙잡고 확 걷어냈다. 일어나라. 그가 예상한 그대로 그는 침대 위를 꾸무정 거리며 베개를 붙잡았다. 베개만큼은 뺏기지 않겠다는 투쟁의 선언이었겠지만, 당초에 힘도 없고 더군다나 잠결인 코하쿠가 하율을 이길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는 꼭 잡은 베개를 휙 뺏어 바닥에 던지곤 일어나기 싫다며 꾸물대는 코하쿠를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
"약속은 약속이지. 일어나라."
코하쿠는 볼멘소리를 내며 하율에게 엉겨붙었다. 그는 아랑곳 않고 코하쿠를 옆구리에 낀 채 욕실로 데리고 갔다. 외출 한 번 시키기 어렵군. 그래도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내기에 승부까지 붙여가며 데리고 나온 것 치곤 평범한 주말 데이트 였다. 나온 김이라며 여름 옷을 구경하고,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마트에서 장을 좀 보고,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 음식을 몇 개 사 먹고. 집 근처 멀리 가지 않는 내에서 돌아다니는 것만도 그에겐 벅찼는지 돌아갈 적엔 다리가 아프다, 춥다, 날이 어두워진다 하며 불평 투성이었다. 양 손이 장 본 짐으로 가득 차고, 옆에선 불만이 쏟아지는데도 그는 힘들게 데리고 나온만큼 택시를 타거나 하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 보람차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나와서 햇빛 좀 보면 좋으련만. 코하쿠가 밤거리를 심히 두려워했기에 그는 해가 다 지기 전에 시간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집 문을 열기 전, 그는 길에 멈춰서 짐을 길에 잠시 내려놓고 뒤돌아 코하쿠를 불러 하늘을 가리켰다. 예쁘게 지는 노을을 보며 코하쿠는 불평도 멈추고 옅게 웃었다.
"노을이 예쁘네."
"그렇지? 노을을 보려면 앞으로 좀 밖으로……."
"싫어."
그는 딱 자른 채 하율을 놔두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율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