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BELOVED/東洋組2021. 1. 19. 18:15날씨는 화창했다. 마치 귀향을 축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월의 날씨는 맑음이었다. 투명한 파란색 하늘엔 하얀 솜뭉치같은 구름이 느리게 떠다녔고, 저 멀리 아침을 알리는 해는 구름 사이를 걷어내며 그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부드럽게 부는 봄의 바람은 새 잎이 돋기 시작한 나뭇가지들을 뒤흔들고, 들판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을 스쳐 열린 창문으로 새 생명의 향기를 싣고 불어왔다. 지난 겨울의 매서움이 아직 이리도 생생한데, 새하얀 상처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미 바깥은 만연한 봄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해가 떠올라 사방이 밝은 것을 보아도 겨울이 오간데 없이 지나간 것은 확실했다. 그는 열린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보다가,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아 이부자리를 단정히 정리하고 대청마루로 나와 앉았다. 손에는 불을 붙인 곰방대가 들려있었다. 사월인가. 그래, 사월. 춘분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고, 이젠 다 핀 벚꽃도 질 무렵이었다. 거리에 나가면 벚꽃도 다 떨어져 있겠군. 꽃에 능하지 않은 자라도 연분홍빛 고운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보는 일은 제법 기꺼운 일이었기에 그는 보지 못한 벚꽃이 영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잿빛 도시에 분홍빛 벚꽃은 기대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니까. 그는 황량하게 모래가 날리는 사막을 지나 퀘퀘한 터널을 건너 억지로 문을 비집어 열고 도착했던 도시를 떠올렸다. 썩 기분 좋은 추억은 아니었지만… 그래. 이제는 추억이라 불러도 되겠지. 아니, 추억이 아닌 봄 바람의 꿈이었다. 기적을 준다는 액자 같은 것은.
그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한의술을 그만 둔 후에 그를 찾아오는 인연이 별로 없어 사라진 줄도 몰랐겠지만 그는 이 봄이 다 피기 전 고향을 떠나 회색 도시로 향했었다. 이유는 뜬구름 같은 소문 한 줄 이었다. 먼 타지에 기적의 액자가 있다고. 그 액자를 손에 넣으면,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었다. 그는 처음에 모르는 척 했지만 호기심은 의심으로 변했고, 의심은 곧 기대로 변해 미련으로 굳어졌다. 그에겐 바라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아니, 바란다는 표현은 틀렸고 정확히 짚자면 후회하는 일이 한 가지 있었다. 그 회한은 가슴 깊은 곳에 마치 썩은 뿌리처럼 박혀 잊을 법 하면 심장을 찔렀다. 그 눅눅한 응어리는 걷다가, 뛰다가, 앉아있다가, 일어서있다가, 깨어나다, 잠에 들다 불쑥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디로 흘려 보낼 수도 없던 병에 숨이 막혀 무던히 보낸 밤이 대체 몇이나 되던가. 이미 후회 뿐인 삶에 무엇을 더 바라겠냐만은, 그래. 그가 바란 것은 기적이었다. 그리고 기적을 행하는 요물이 존재한다면, 그는 그것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것이 한낱 출처 하나 알 수 없는 뜬 소문일지라도.
생각보다 길었던 여정이었다. 미국에 도착하는데만 꼬박 몇 주가 걸렸고, 꽤 근접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드넓은 황야를 지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지나야만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그곳에서 다른 서른 한 명의 사람들과 약 일 주일 정도 함께 지냈다. …반가운 옛 인연을 몇 만나기도 했다. 물론,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중 누군가 심하게 부상을 입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액자 찾기는 의외로 싱거운 결말을 맞았다. 물론 그에게 특별한 소득은 없었다. 그리 바라던 액자는 실존했으나 실물을 보기도 전에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갔고 종국엔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액자가 또 다른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생각한 액자의 주인은 볼일이 끝나자 그대로 액자를 부쉈고, 때문에 남은 여지도 없이 그의 바람은 끝이났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은 것일지도 몰랐다. 분명 어딘가 남아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이곳에 다시 왔겠지. 확실치도 않은 가능성을 붙잡느라 아까운 시간을 타국에서 낭비하는 일은 그에게 더는 사양이었다.
돌아가는 길도 길었다. 오는 여정도 쉽진 않았는데, 그것도 빈 손으로 돌아가니 여간 허탈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히 챙겨 온 것도 거의 없었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리 무겁진 않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아쉬웠다. 결국 다들 제 갈 길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으니, …남는 것은 오래 전 한 번 이별한 제자 뿐인가. 스승은 부서진 액자 조각 앞에 쭈그려 앉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풀바닥을 보고 있는 제자를 일으켰다. 동행이 결정되기 까지 큰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들은 텅 빈 귀향길에 올랐다.
조선에 도착하고 난 후 그는 제자에게 적당한 방을 내주었고, 오랜 여정으로 피곤했기에 방을 있는대로 정리한 후 바로 휴식에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때 아닌 시각에 깬 것일지도 모르지. 그는 옅게 들이마신 연기를 그대로 내뱉었다. 밝은 하늘에 뜬 깨끗한 구름과 달리 회색빛이 도는 연기였다. 느닷없이 금연을 하게 되어 답답했던 차에 차라리 잘 되었지……. 그는 손 끝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담뱃잎의 향기를 맡는다. 맛은 영 별로였지만 이 향이 썩 좋아 그는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 이후로 곰방대를 놓지 못했다. 이것은… 그래, 마치 향긋한 차의 향기를 맡는 것 처럼, 달콤한 꽃의 향기를 맡는 것 처럼, 아니, 아니다. 그보다 더. 사람을 꾀어내고, 홀리고, 사로잡고,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향기였다. 그는 담뱃대를 든 왼손을 무릎에 걸쳐두고 입에 머금은 회색 연기를 한번에 길게 뱉었다. 향 때문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제 입에서 궂은 연기가 빠져나가는 걸 볼 때면, 마치 제 걱정을, 근심을, 무거운 생각을, 고민과 문제를, 후회와 회한을, 다신 오지 않을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 연기가 사라지는 것을 볼 때면… 그는 옅은 편안함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연기는 금세 사라지니까.
단지 긴 외출 후 돌아왔을 뿐 늘 하던 생활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몸이 보내는 일상이 흐려지면 정신이 해이해지니까.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으니 그 시간이 약간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식객이 늘었으니 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뭐… 어린 아이도 아니니, 어련히 잘 하겠지. 아니. 아니다. 어린 아이보다도 더 못 미더운 어른이라고, 그는 생각을 바로 고쳤다. 그 뿐 아니라 당장 앞으로의 계획도 불투명했다. 당분간은 발 닿는대로, 손 닿는대로 하며 편히 쉴까… 그는 안일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밖의 마땅한 선택지를 떠올리지 못했다. …그럼, 오늘은 뭘 해야하지. 왠지 그 말에 대답을 내고 싶진 않았다. 어젠 피곤하단 핑계로 피한 일에 댈 핑계가 오늘은 없었으니까. 그는 느릿하게 대청마루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일찍 일어났으니 일찍이 다녀오는 편이 늘어지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비라도 내리길 간절히 바라면서 늑장을 부릴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아, 비라도 내려주지 않으려나. 그러나 그리 바라기에 사월의 하늘은 너무도 청명했다.
그리 멀진 않은 곳이었다. 평소 운동량이 많은 그에겐 정말로 산책 나가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는 조용히 대문을 닫고, 돌이 굴러다니는 비탈길을 조금 걸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빈 손이 허전하여 불을 붙이지도 않은 담뱃대를 왼손에 들고, 까딱이며 걸었다. 방 안에서 볼 땐 새 생명이 피어나는 한창의 봄날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봄을 알리는 벚꽃잎은 이미 다 떨어져 비탈길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었고, 쌓인 벚꽃잎에 지천에 핀 작은 들꽃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새 잎이 난다 한들 나무 아래에서도 보일 정도는 아니었고,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저 겨울철 발가벗은 나무처럼 휑하고 빈약해보일 뿐이었다. 바람은 얇은 옷으로 맞기엔 차가웠고, 으슬했다. 아직 다 뜨지 않은 해는 그저 어둑하니 주변을 밝힐 뿐이었고, 그 모습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도 직접 아래에서 보니 어쩐지 회색빛이 도는 것 같았다. …하늘도, 왠지 탁한 것 같고. 그는 봄에 대한 기대는 일찍이 접고 정면을 보며 걸었다. 비탈길을 조금 걷고, 집의 북쪽 방향으로 돌아 걸어가면 길에 점점 경사가 지며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숲길은 점점 경사가 가팔라지며 종국에는 산어귀로 이어진다. 그는 가파른 숲길을 다 지나 산어귀에 잠시 서서 보이지도 않는 저 먼 산의 끝을 올려다보았다. 여름이 되면 녹음이 우거져서 제법 볼 법 하지만, 겨울이 막 끝난 지금엔 그저 황량해보였다. …누구 좋자고 이런 곳을 매일 왔는지. 그는 한숨을 푹푹 쉬며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딱히 타기 힘든 산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낙사할 위험이 다분한 길은 있었기에. 그는 일찍이 봐 두었던 그만의 산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산 꼭대기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피해 가면서 제법 편한 길을 찾아둔 것이었다. …이런 걸 요령이라 부르던가. 그는 한참 산길을 걸어 오르다 표식이 되는 비틀어진 나무를 보고 길이 나지 않은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사졌던 산길은 점점 완만해지더니, 이내 무릎 정도까지 오는 돌담이 길게 늘어지며 넓은 평지가 나왔다. 그래, 여기는… 산의 중간 지점 정도 되려나. 돌담을 따라 걸어 돌담이 끊긴 곳으로 돌아 들어가, 그가 도착한 곳은.
…죽음의 땅이었다.
처음부터 그리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 가벼운 산책 겸 숲길을 걷거나, 산을 조금 오르거나 했었다. 그것이 산어귀를 정처없이 몇 번 거닐다 보이지도 않는 산 꼭대기를 쳐다보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뀐 것은… 그래, 벌써 5년 정도 되었던가. 그러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오늘처럼 마음이 무거운 날엔. 직접 얼굴을 비추러 오는 것이었다. 구태여 비석을 일일이 볼 필요도 없었다. 제가 얼굴을 보여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정도는 첫 길에 기억했으니까. 그는 담뱃대를 넓다란 소매에 집어넣고 둥그런 묘 앞에 섰다. 묘는 평범했다. 그저, 사람이 잠든 자리가 있고… 그 앞에 검은 비석이 있었을 뿐. 비석에 특별한 말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남들과 똑같은 묫자리였다. 그는 괜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시선을 피했다. 그 비석에 새겨진 이름 석 자를 보는 것이 두려워서 일까, 아니면. 그 속에 영원히 잠든 제 어미를 볼 용기가 없어서일까. 그나저나 성묘하러 온 사람치고는, 준비해온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주자가례朱子家禮』. 3월 상순, 무덤 안팎을 다니면서 둘러 슬피 살피며 세 번 돈다. 풀과 가시가 있으면 자르고 김매어 없앤다. 무덤왼쪽의 땅을 소제하고 후토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풀을 자를 낫이나 호미도, 제사를 지낼만한 것들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채였다. 그렇게 5년이 지나는 동안 무덤엔 풀이 무성하게 자라 크기가 첫 번의 몇 배나 불었으며, 이상한 꽃씨가 날려왔는지 여기저기 이름 모를 꽃까지 피었다. 꽃이 피자 온갖 벌레가 꼬였고, 벌레가 꼬이자 새들이 날아와 무덤 위를 종종거리며 돌아다녔다. …이런, 불효자가 따로없군. 그는 손짓으로 무덤 위를 통통 튀는 새들을 쫓았다. 그는 소매로 먼지 낀 검은 묘비를 닦아 내곤 한 발 물러서, 예를 갖춰 절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은 여전한데도 변덕스럽게 비가 내리는 것으로 보아, 그래. 여우비가 내렸다.
그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음에도, 일어서거나 흐트러지는 일 없이 예를 다했다. 샐쭉 웃는 얼굴로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더 얄밉듯 화창한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점점 거세졌다. 그럼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과묵한 성격이었기에 무슨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것은 경솔하게 말하지 않기 위한 침묵이었다. 이 이상 예에 어긋나는 언행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산어귀에서 매번 발을 돌리고, 죽은 이 앞에서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후에 더 큰 한이 되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것을 익히 잘 알면서도 여전히 산을 타는 발은 무겁기만 하고, 검은 비석 앞에서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가느다란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가볍던 빗소리도 점점 무거워졌다. 검은 머리카락이 흠뻑 젖고, 품이 넉넉한 한복이 몸에 달라붙고, 신 안으로 물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물줄기는 뒷덜미에 내렸다가, 이내 하나는 옷 안으로, 하나는 뺨을 타고 입술로, 하나는 그대로 목 선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이 비로 절여지는 기분은 아주 불쾌하고 찝찝했지만,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썩 기꺼웠다. 자신의 침묵에 대한 핑계가 될테니까. …아, 비라도 더 내려주지 않으려나. 밝은 사월의 하늘은 화답이라도 하듯 얄궂은 비를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그러고 있다 일어서 가벼운 목례로 조촐한 성묘를 마무리했다. 비는 그칠 새 없이 내리고 있었고, 그는 떠나기 전까지 무덤에 한참 눈길을 주다 무덤 맨 위, 한가운데 핀 작은 들꽃을 꺾어 옆에 내버리곤 산길을 돌아 다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빨랐고, 그는 비가 와 길이 미끄러웠으므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산길을 내려갔다. 산어귀에 다시 내려오자 그는 마치… 다시 살아있는 자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비가 계속 왔음에도 그는 서두르지 않고 가파르게 가로지르는 숲길을 내려갔고, 비탈길을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부터 험한 꼴을 당했으니 돌아가 씻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문을 열자, 집 모퉁이에 앉아 비가 뚝 뚝 떨어지고 있는 처마를 바라보고 있는 제자가 보였다. 제 꼴을 보더니 그 생쥐같은 눈을 퍼뜩 뜨더니,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서둘러 대문을 닫고 지붕 아래로 뛰어 들어갔다. 몸에 비가 닿지 않자 그제서야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상투를 풀자 고운 검은 머리가 젖은 채 길게 늘어졌다. 몸에 달라붙은 한복 끝자락에서도 물기가 떨어졌다. 버선 안에 찝찝한 빗물이 가득 찬 게 느껴졌다. 제자는 급한대로 몸에 걸친 제 하오리를 벗어 스승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하, 하율! 비가 이렇게 오는데 우산도 없이……."
"괜찮다. 단순한 소나기, …아니."
여우비지 않나.
스승은 짧게 답했다.
'BELOVED > 東洋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같지도 않은 소리. (0) | 2021.01.19 |
---|---|
검은 뱀은 영원히 평야를 떠돈다 (0) | 2021.01.19 |
질문 (1) | 2021.01.19 |
口約 (0) | 2021.01.19 |
걔네들 타로(@seo_wuon) (0) | 2021.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