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시스트 걔!

COMMISSION2021. 5. 6. 21:49

자캐 커뮤니티 신청서 성격란 대필

   어쨌든 무대 위와 무대 아래에서의 그가 심히 다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무대에 서는 자들이라면 으레 그럴 것이다. 무대 위에선 오로지 소리만이 필요하고, 그러니 무대에 설 때 만큼은 뻔뻔해야했다. 그리고 베이스라 함은 무릇 밴드 음악의 가장 기저에서 낮게, 그리고 단단하게 전체를 지탱하는 악기니 더더욱이 과묵했다. 누가 그랬던가, 악기를 고르는 것에도 성격이 드러난다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낮은 소리가 묵직하게 울릴 때, 그걸 연주하고 있는 이는 1분 1초라도 빨리 이 무대가 끝나길 간절히 바라고 관객의 작은 얼굴 변화 하나에도 바짝 긴장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면 필시 그런 말은 하지 못했으리라.

   좋게 말하자면 섬세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나약하고. 작은 짐승이 조그만 자극에도 위협적으로 털을 바짝 세우듯 입에 달라 붙어버린 건방진 말투는 분명 스스로가 믿기에 가장 효과적인 자기방어였으리라. 그 속에 쉽게 긴장해버리곤 하는 자신과 걸핏하면 눈물을 흘려대는 자신,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 얼어붙는 자신을 숨겨야 했다. 특히 그는 걸핏하면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반의 놀림감이 되었으니 더더욱이 날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그 속이 쉽게 무너져 내리고 망가지는 만큼 겉은 요란하고 가시 돋친 듯 까칠했다.

 

   센, 센척이면 이렇게 대화도 못 하거든…?!

 

   태어나기를 이런 성격으로 났던 것을 나이를 먹으면서도 고치질 못하여 결국 상대방이 건넨 말에 대답을 절어버려 약한 속내를 들키고 만다. 말을 더듬은 자신에게 당황하여 황급히 말을 덧붙이고 또 덧붙이다 보면 결국 말들은 우르르 무너지고 일 없는 목소리만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끝을 억지로 흐리고, 자르고, 모른 척 하여 자리를 피해온 것이 어느덧 열 일곱 해라 종국에는 사회성이 모자라느니 하는 말을 듣고 말았다.

   그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은 쌍둥이 누나였다. 나기를 소심했고 그와 다르게 밝고 활기찬 쌍둥이 누나를 바로 곁에 둔 탓에 자라면서도 줄곧 소심했던 그를 가장 많이 희롱했던 것이 바로 그 쌍둥이였다. 무슨 말만 하면 집요하게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졌더랬다. 대답하면 하는대로 다시 질문하기를 반복하고, 안하면 안하는대로 대답도 못한다며 놀려댔다. 노래를 누구한테 바친다고? 왜 혼자 그렇게 중얼거려? 왜 그런 표정이야? 왜 대답을 못해?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 끝은 항상 눈물이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제법 상처가 많은 여린 마음은 이 모든 게 그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릴 뿐.

   그렇다고 해서 그가 특별히 성질이 드세고 나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저를 깔보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고, 또 그렇다고 죽는 것도 싫은 주제에 강해질 자신이 없으니 가만 앉은 자리에서 되도 않는 딴지를 거는 것이 전부일 뿐. 그러니 생각보다도 그는 단순하고, 또 무식했다. 항상 상위권인 성적표와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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